“글이 이렇게 어려웠던가요?”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고, 써내는 힘입니다. 예전엔 그런 능력은 젊은 세대에게 더 필요한 줄만 알았습니다. MZ세대들이 ‘사흘’을 ‘4일’로 착각한다거나, ‘심심한 사과’를 지루하다는 뜻으로 오해한 것처럼요, 그런 사례들을 보면서 "요즘 애들 참 글을 안 읽는다"라고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문해력 문제는 젊은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중장년 세대에게 더 깊고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법은 만인(1만 명)에게만 평등한 게 아니고, 모두에게 평등해야 하잖아요?” 2022년 한 50대 국회의원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국회 질의 중에서 ‘모든 사람’이라는 뜻의 만인(萬人)을 1만 명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이는 문해력이 단순히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세상을 읽는 힘이 흐려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실제로 통계도 말해줍니다.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의 연구 결과(2016년)를 보면 우리나라 16~24세 청년의 글로 소통하는 언어 능력은 세계 4위 수준. 그런데 45세를 넘어서면(45~54세) OECD 평균 이하, 55세가 넘으면(55~65세) 하위권으로 떨어집니다.
왜 중장년의 문해력에 문제가 생겼을까요?
먼저, 교육 환경의 차이입니다.
중장년은 종이책과 손글씨로 자라난 세대입니다. 요즘 쓰는 용어나 말투, 약관, 공지, 앱 알림 같은 새로운 형식은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친숙한 표현이 아니면 순간 이해가 끊기고 맥락을 놓치기 쉽습니다.
둘째, 디지털 환경의 변화입니다.
이제는 글보다는 영상, 짧은 텍스트가 중심입니다. 긴 글, 복잡한 글은 읽기 꺼려지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헷갈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스크롤과 요약에 익숙한 세상에서 '한 문장 끝까지 따라가는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셋째, 끼리끼리 소통입니다.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끼리만 말하고 듣다 보면 다른 관점, 다른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점점 줄어듭니다. 젊은 세대의 낯선 말투나 표현을 접하면 거부감부터 생기면서 소통의 벽이 되곤 합니다.
그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문해력을 회복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꾸준한 읽기 습관과 능동적인 학습 태도입니다.
짧은 글부터 다시 시작해 보세요.
신문 기사 하나, 알림 문구 하나라도 내 말로 바꿔서 다시 읽어보는 겁니다.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찾아보는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이지?” 하고 질문하는 습관이 곧 문해력을 회복하는 첫걸음입니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잘 읽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해하고, 판단하고, 내 삶을 지켜내는 도구입니다. 글을 알아야 정보에서 뒤처지지 않습니다. 읽을 수 있어야, 내 뜻도 세상에 제대로 전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런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왜 글이 어려워졌는가?”를 실제 사례로 풀어봅니다.
2장은 일상 속 문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실전 훈련을 제시합니다.
3장은 세상과의 소통, 그리고 나의 말로 글을 쓰는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를 통해 중장년 세대가 내 삶을 지키고 세상과 소통하는 문해력 회복을 위한 여정의 길라잡이입니다. 이젠 더 이상 “읽어도 모르겠다”고 말하지 않고, 이젠 다시 “읽으니 알겠다”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오장교c (communicator)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이후 30여 년간 대상과 LG CNS에서 언론홍보와 사보, SNS 등 홍보 업무를 한 소통 전문가입니다. 조직과 사회, 사람 사이의 메시지를 기획하고 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어떻게 써야 제대로 읽힐까?’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하나의 확신이 생겼습니다. 사람이 세상과 연결되려면, 결국 읽고 쓰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 믿음이 이 책의 출발점입니다. 특히 중장년층이 정보에서 뒤처지거나 글 앞에서 주눅 들지 않도록,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따뜻하게 문해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글을 읽고 다시 삶을 이해하고, 내 말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말이죠.